베리칩은 무엇이고,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베리칩은 무엇이고,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10년 3월 23일 서명한 건강보험개혁법에 따라 건강보험이 없던 미국의 3,200만 명이 정부 보조 등을 통해 의료보험 가입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 미국에서 보험이 없는 사람이 병원을 이용하려면 그 비용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싼데, 이번 의료보험법 개혁은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한 지 거의 100년 만에 이뤄진 획기적인 개혁이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 전원은 이 법안에 반대했다. 보험가입이 실질적으로 의무화되었고, 그것이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새 법안에는 매우 주목할 만한 내용이 들어 있는데, 미국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 신체에 삽입하는 기구(device that is implantable)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안이 그와 관련하여 규정하고 있는 조항들을 종합해 볼 때 그것이 ‘베리칩’에 대한 언급임을 족히 짐작할 수 있다. 미국 국민이라면 모두 의료보험에 가입해야만 하고, 유사시 병원에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개인의 의료정보 등이 담겨 있는 베리칩을 몸에 이식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NBC는 ‘2017년까지 우리 모두 몸에 칩을 이식하게 될 것’이라고 예보하였다. 베리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베리칩은 무엇이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과학자, 과학전문 기자, 신학자에게 들어보자.
과학적 관점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베리칩의 양면성
베리칩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기존의 바코드나 무선 전자태그(RFID)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되는 이 칩은 유통, 의료, 치안 등 생활 전반에 일대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사생활 침해나 안전성 여부 등의 이유를 들어 베리칩의 사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베리칩, 과연 어디까지 와 있으며 어디까지 갈 것인가?
정보기술(IT)의 목적은 시공간의 모든 활동을 기록하는(recording, booking)
것이다. 여기서 기록이란 생물체이건 무생물체이건, 인간을
비롯해 인간과 관계되는 모든 객체들(objects, things)의 시공간 활동, 즉 태생부터 죽을 때까지의 활동의 내력을 의미한다. 그런데 컴퓨터, 소프트웨어, 시스템, 통신
등 모든 정보 기술들이 다 기록을 하고 있지만, 시공간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그 기록들에
접속하여 그 활동 내력을 검색하고 활용하려면 모든 객체들에(인간 포함)
그 활동 내력을 저장하는 별도의 기록 장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기록 장치의 용도는 크게 1)상품 거래용, 2)동물 기록용,
3)인간 활동 기록용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심은 인간이므로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4)신원인지용은 공통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기록 장치의 발전에 따른
인간 삶의 편리함과 아울러 그에 따른 통제수단을 논하고자 한다.
최초의 상품거래용 기록장치 바코드
최초의 상품거래용 기록장치는 바코드(barcode)다. 이를 상품코드(Universal Product Code, UPC)라고 한다. 1973년 IBM이 개발해 1974년부터 모든 상품에 부착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코드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 우선 인쇄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인쇄 저장할 수 있는 정보가 국가 이름, 제조자 이름, 상품 이름, 가격 정보 등 제한적이며, 반드시 그 정보를 읽을 수 있는 값비싼 고정된 바코드 리더(barcode reader)가 상점 카운터에 있어야 한다.
그것도 유선으로(전화선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누가 어떤 상품을 구매했는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기업은 소위 말하는 고객 마케팅을 할 수 없으며, 개인은 무엇을 샀는지 과거의 구매 기록을 자동으로 알 수 없다.
무선 전자태그 RFID
이 모든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이 스마트 센싱(감지)의 무선 RFID가 부착된 전자태그(electronic tag) 또는 전자라벨(electronic label)이다. 이는 실리콘(silicon)으로 만든 것으
로 RFID 또는 센서라고 한다. 이 장치는 전기공급의 유무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배터리가 부착되지 않아 스스로 저장된 정보를 전송할 수 없는 수동형(passive)으로, 반드시 리더기에서 보내온 주파수(주파수는 전기장과 자기장임)를 받아야만 활동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배터리가 부착되어 있어 시공에 맞게 스스로 내장된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능동형(positive)이다. 또 사용방법에 따라 부착용과 이식용으로 나누나 현재는 크기의 한계가 있기때문에 대부분 부착용으로 쓰인다.
양 손에 이식된 베리칩을 엑스레이로 촬영한 사진. 현재 베리칩은 쌀알 크기 만큼 작은 베리칩, 빠른 시일내에 더 미세하고 정교한 신원 확인이나 건강기록 등 개인정보를 담는 데 쓰이고 있다 칩으로 발전할 것이다.
RFID의 한계
RFID에도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 기존 바코드(UPC)의 가격은 0.1~0.5센트(10~50원)인 반면 수동형인 태그만 해도 7~30센트나 된다. 어림잡아 10센트일 경우 100원이 되므로 이를 상품에 부착할 경우 상품 가격이 100원이나 올라간다. 또한 크기도 문제다. 능동형은 담뱃갑만 하다. 따라서 모든 상품에 부착할 수 없다. 그래서 박스(box)나 팔레트(pallet)에 붙여야 하는데, 어디에 붙여야 하는지, 창고엔 어디에 무선 리더기를 달아야 하는지, 2대를 달지 3대를 달지 표준을 정해야 한다. 또한 RFID만 있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상품에 대한 코드를 어떻게 정할지, 이를 위해 모든 상품에 대한 이름을 정해야 하고, 원산지 정보 등 어떤 정보까지 담을지를 정해야 하며, 제품 소개에 대한 언어(language)를 정해야 한다(이를 PML이라 함, 예를 들면 HTML같이). 아울러 정보를 송수신할 네트워크(센서 네트워크)도 필요하고 모든 거래 정보를 기록할 시스템도 필요하며, 이를 지원하는 특별한 소프트웨어 기술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표준화되고 전 세계가 상용화에 합의해야 RFID/센서 시대가 도래한다. 따라서 각국은 자국의 기술이 표준기술로 채택되도록 각종 시범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예를 들면 팔레트 태그의 표준은 2010년 6월에 정해졌다. 그러니 상품에 일일이, 예를 들어 소비재인 소주, 맥주, 라면 등에 부착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내가 보기엔 2050년 경이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의 표준 및 상용화는 EPC 글로벌사(EPC Global Inc)1)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디스커버RFID(www.discoverrfid.org)2)사이트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실리콘으로 만든 RFID/센서도 부착 대상에 따라 또 다른 한계가 있다. 딱딱한 곳에만
부착할 수 있고 옷 등에는 부착할 수 없어서 현재 플라스틱의 수동형 RFID가 개발되고 있다. 세탁기에 넣어도 10년 이상 가는 플라스틱 라벨이 개발 중이다. 또한 배추, 무, 사과, 미꾸라지 등에는 붙일 수 없다. 그래서 개발되는 것이 ‘뿌리는 나노바코드’나
‘뿌리는 DNA바코드’다. DNA를 구성하는 32억 개의 염기에 상품정보를 담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32억 비트(bit) 정보를 담을 수 있으니 무궁무진한 정보를 담을
수 있지만, 지금은 초기 단계 개발 중이다. 어느 것 하나
상용화된 것은 없다. 내가 보기엔 플라스틱은 앞으로 20~30년
더 가야 하고, 뿌리는 나노DNA바코드는 50년은 더 가야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체 이식용 RFID, 베리칩
이번에는 이식용을 보자. 베리칩(VeriChip)이 핫이슈다. 그 이유는 앞에 설명한 것이 부착용이라면 베리칩은 동물과 생물, 그리고 인간에 이식할 수 있기(implantable) 때문이다. 베리칩은 원래 Applied Digital Solutions(ADS)사가 2001년도에 개발하고 그 이름을 베리칩이라 한 후 VeriChip이라는 유통회사를 만들어 주로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판매에 집중했다. 그 당시 유통판매회사 베리칩은 2004년에 미국 식품의약안전청(FD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는데, 당시는 12mm×2.1mm 크기로 워낙 작아 마이크로칩(microchip)이라 불렀다. FDA가 승인한 이유는 ‘개인별 인증/안전에 대한 제품은 식품이나 의약품/의료기기의 규제대상이 아니다’라는 오판 때문이었다. 기술의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칩이 인간 몸속에 이식될 경우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FDA의 조사관들이 간과했던 것이다. 그 이후 2005년 ADS사는 디지털 앤젤(Digital Angel)3)사로 이름을 바꾸고, 2008년에는 VeriChip과의 관계를 청산했으며, 지금은 기존의 베리칩에 위치추적시스템(GPS)을 결합해 이식용 앤젤칩을 판매하고 있다. 주요 용도는 애완동물, 야생용 조류, 가축, 물고기 등의 추적이며, 부착하는 개인 위치 식별용 비콘(beacon) 태그도 판매 중이다.
VeriChip사는 2009년 Steel
Vault사와 합병하여 PositiveID4)사를 세우고 지금은
사람 몸에 이식해 혈당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 시스템을 개발하여 2006년에 미국
특허를 받았으며, FDA의 승인을 위해 임상 1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핵심 포인트가
있다. 베리칩은 FDA의 오판으로 판매 승인을 받았으나(그 이후 심사기준이 엄격해짐), 완벽한 인증 및 안전에 대한 서비스를
받으려면 앞서 설명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따라서 판매되고 있는 이식용 베리칩의 대다수가
애완동물, 가축, 야생조류용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도 길거리에 나오는 애완동물들의 관리를 위해 마이크로칩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률이 2006년에 통과되어 2008년부터 지자체 별로 시행하고 있다.
전 세계 프라이버시 단체와 종교단체의 반발
문제는 인간에게도 베리칩이 이식된다는 점이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베리칩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회사가 미국 회사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이들은 여러 가지 법적 준비가 되지않은 후진국 국민을 대상으로 이를 판매하고 있다. 아마도 FDA는 후진국에 판매한다는 조건을 묵인 하에 판매를 승인했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멕시코는 아이들 유괴가 빈번한 나라다. 유괴 당한 아이들이 2003년에만 15만 명에 이른다.
그러니 정부가
직접 나서서 베리칩을 아이들의 팔뚝에나 손가락 사이에 이식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문제는 크기로
지금은 어디에 이식했는지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에, 유괴범들이 이를 쉽게 파악해 팔이나 손을 잘라 유괴할
수도 있고, 그 안에 있는 신원정보를 탈취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전 세계 프라이버시 단체가 이에 반발하고, 또한 종교단체는 이것이 성경에 나오는 오른손이나 이마에 받게
될 666표(mark)라고
(요한계시록 13:16)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베리칩은 666표가 아니라 666표로 가는 과정의 초기 단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나와 있는 업그레이드된 베리칩의 경우 최대 용량이
128비트다. 그것도 실리콘으로 만든 것이다. 항간에는
유전자칩이라 알려져 있는데, 이는 잘못 알려진 것이다. 유전자칩이
상용화되려면 50년은 더 가야 한다. 실리콘 베리칩은 이름/주소/생년월일 정도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기에, 666표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으려면 많은 발전을 거쳐야 할 것이다.
RFID/센서는 어쩔 수 없는 과학의 끊임없는 진보
문제는 베리칩을 선한 목적으로 개발하고 사용하느냐, 아니면 악한 목적으로 사용하느냐가 될것이다. 좋게 사용한다면 그 이점은 무궁무진하다.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하듯이 선하게 사용하면 모든 범죄가 사라질 수 있다.
어디를 가나 개인의
이력을 바탕으로 상품도 추천해 주고 어디가 아픈지 처방이 아니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자동차가 시간에
맞추어 안방문까지 다가올 수 있다. 그 편리함은 소위 말하는 지상천국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악하게 사용한다면 조지 오웰의 <1984>가 악몽으로
등장할 수 있다. 소위 센서 네트워크에 의한 빅 브라더(Big
Brother)의 통치가 시작될 수 있다. 아니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Skynet)의 반란이 일어날 수 있다. “전쟁이 평화다, 자유는 노예다,
무시가 바로 힘이다(War is Peace, Freedom is Slavery, Ignorance
is Strength).” 그것은 결국 666표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은 지금의 RFID/센서는 어쩔 수
없는 과학의 끊임없는 진보라는 사실이다. 언젠가 666표로
진화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을 선하게 사용할 것이냐 악하게 사용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우리
인간에게 달려 있다.
글쓴이 차원용
(주)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 소장이며,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겸임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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